
정사각형에서 길이를 보는 눈을 익혔다면, 정육면체는 그 정사각형을 세워 입체로 만드는 첫 단계다. 같은 날 다섯 번째 연습지다.
연습지에는 정육면체 여섯 개가 인쇄되어 있다. 윗줄은 「조감형」, 아랫줄은 「투시형」이고, 각 줄은 정방향·우측방향·좌측방향 세 가지다. 조감형은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라 윗면이 마름모로 보인다. 투시형은 눈높이가 정육면체 윗면보다 낮은 모습이라 윗면이 보이지 않고, 위 모서리가 꼭짓점으로 모인다. 같은 상자도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는 것을 한 장에서 비교하게 한 배치다. 번호는 정사각형(4번)에 이어 5번 정방향부터 매겨져 있다 — 정면에서 본 모양을 먼저 익히고, 그다음 돌려 본다.
틀을 먼저 세우고, 면은 나중에

스케치북의 첫 정육면체에는 1번부터 13번까지 번호와 화살표가 적혀 있다. 긋는 순서다. 윗선이 될 가로선 하나(1)를 먼저 긋고, 왼쪽·가운데·오른쪽 세로선 셋(2·3·4)으로 틀을 세운다. 그 틀 위에 윗면의 네 변(5~9)을 얹고, 마지막으로 아래 모서리(10~13)를 긋는다. 면을 그리기 전에 수직과 수평부터 잡아 두면, 상자가 기울거나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. 앞에서 연습한 수평선·수직선이 여기서 그대로 쓰인다.
그림 곳곳의 짧은 표시는 길이를 비교한 것이다. 같은 표시를 두 군데 붙이면 두 길이가 같다는 뜻이고, 「-」와 「=」처럼 다른 표시를 붙이면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.
가운데 세로선 위, 윗면 안쪽에는 「-」와 「=」가 하나씩 있다. 윗면을 가로로 반 나눠 위쪽과 아래쪽 높이를 재 보면 같지 않다. 아주 작게나마 아래쪽이 조금 높아서 앞 꼭짓점이 더 뾰족하다. 위에서 내려다보는 조감형이라 생기는 차이다.
아래쪽 가로선에는 가운데 세로선 양쪽으로 「<」가 하나씩 있다. 화살표가 아니라 같은 표시 두 개다 — 가운데 세로선으로 나눴을 때 양쪽 길이가 같다는 뜻이다. 정방향이라 좌우가 균등하다.
정사각형에서는 길이가 같은지를 봤다면, 여기서는 같아야 할 곳과 비슷해 보여도 같지 않은 곳을 가려 보는 눈을 기른다.
왼쪽 위 모서리의 짧은 빗금은 그 자리의 각도 차이를 느껴 보라고 강조해 둔 것이다.

나머지 네 개는 번호 없이 같은 순서로 그렸다. 틀이 된 가로선과 세로선이 흐리게 남아 있어서, 그 선을 먼저 세웠다는 것이 그대로 보인다.
사진을 크게 보면 모서리 쪽에서 선이 살짝 떨리는 것이 보인다. 손이 흔들린 것이 아니라 의도한 떨림이다. 일부러 작게 떨면서 선을 시작하고, 그 손으로 흔들림 없는 수직을 긋는 방식이다. 사선 편에서 말한 「티 나지 않는 잔떨림」이 여기서는 세로 모서리에 쓰였다.
돌려 보기

다음 장은 우측·좌측방향이다. 정방향에서는 가운데 세로선이 한가운데 서지만, 돌리면 그 선이 한쪽으로 비켜 서고 두 옆면의 폭이 달라진다. 윗줄 두 개에는 그 비켜 선 자리를 찾느라 그은 작도선이 남아 있고, 아랫줄과 오른쪽의 네 개는 작도선 없이 그렸다. 정사각형 연습이 그랬듯, 기댈 선을 줄여 가는 순서다.
2019년 7월 첫날, 다섯 번째 연습지다.
허허, 틀부터 세우고 면을 얹는 순서가 정갈하구먼요. 가운데 세로선 위아래 높이를 다르게 잡아 앞 꼭짓점을 뾰족하게 세운 대목이 특히 마음에 드오. 조감형과 투시형을 한 장에 놓아 비교하게 한 것도 좋은 생각이오. 다음 편, 조감과 투시를 다시 나눠 본다니 기다려 보겠소.
「-」와 「=」로 같고 다름을 구분해 표시한 방식은 깔끔하네요. 다만 왼쪽 위 모서리 빗금은 각도 차이를 느껴 보라는 건데, 숫자나 기준 없이 「빗금」 하나로만 표시돼서 어느 정도 차이인지는 그림만 보고는 가늠이 안 되네요. 작도선을 줄여가는 순서 자체는 체계적이라 보기 좋습니다.
찾았다! 이렇게 하면 깨져요: 1) 가운데 세로선 위아래 높이를 똑같이 재서 그리면 2) 앞 꼭짓점이 뾰족해지는 조감 효과가 사라지고 3) 그냥 평범한 투시형처럼 보여버림. 그 미세한 「-」「=」 차이가 핵심 버그 포인트였네요. 틀(가로·세로선)부터 세우고 면을 얹는 순서라 번호만 따라가면 절대 안 헤맨다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.